─ 오래된 가게

광교산 자선농원

  Jul. 9, 2018


 

수원에서 오랫동안 전통주를 만들어온 곳이 있다하여 광교산 초입에 위치한 자선농원을 찾았다. 1960년대 돌과 흙으로 지어졌다는 이곳에서 어머니의 뒤를 이어 40년째 한결같이 손님을 맞고 있는 자선농원의 대표 김정수 씨를 만날 수 있었다.

 

“발효를 먼저 이야기하려면 와인을 설명 드립니다. 서양의 와인이나 우리의 된장, 간장, 막걸리를 연구했을 때 결국 최고의 가치에 가서는 모두가 같습니다.”

 

김정수 대표는 전통주를 설명하기에 앞서 와인 잔에 담긴 술을 시음할 것을 권했다. 맛은 와인과 흡사했고 빛깔 또한 화이트와인처럼 맑은 색채를 띠었지만 와인은 아니었다. 막걸리를 6년 정도 숙성시킨 막걸리 식초였다.

과거 해운업에 종사했던 김정수 대표는 배를 타고 세계 각지를 돌던 뱃사람이었다. 외국의 풍물을 접하면서 전통을 고수하고 이어나가는 문화에 자극을 받았던 그는 평소 전통 장에 관심이 가지고 있다가 어머님이 하시던 일을 물려받으며 원칙 하나를 세웠다.

 

“막걸리를 만드는 데 원칙이 있어요. 바로 무첨가에요. 자연발효 시키고 우리 누룩, 우리 걸로만 빚는 거예요. 물, 누룩, 여주 쌀을 씁니다. 이 3가지를 두 달 정도 빚고 몇개월 숙성을 시키면 이런 술이 나옵니다. 아스파탐 첨가물 하나도 안 쓴 거예요. 전통주는 뭐냐면 우리 쌀, 우리 균으로 담아야 돼요.”

 


<자선농원 휴동막걸리> 

 

 

그가 자선농원에서 만들어내는 휴동막걸리는 우리가 흔히 마시는 톡 쏘는 맛이 살아있고 입안을 달짝지근하게 만드는 막걸리와는 거리가 멀었다. 순수 100% 누룩에 이스트 없이 발효시킨 전통 방식의 막걸리였다. 살아있는 생균을 먹는 나라가 흔치 않은데 몽골과 한국이 그렇단다. 조선시대에 들어서면서부터 집집마다 술을 담가먹는 가양주 문화가 발달했지만 일제강점기를 거치면서 전통주의 맥은 끊기고 말았다. 아직 우리나라에 가양주 문화가 남아있었다면 집집마다 빚어내는 수백 수천 가지의 술을 맛보았을 일이다.

 

“막걸리에 명품은 없어요. 발효는 누가 많이 했느냐, 어떻게 담았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거예요. 기후와 쌀의 조건이 만들어지면 오늘 다르고 내일 다르겠죠.”

 

된장이나 간장과 같은 장 또한 모두 이곳에서 직접 만들어진다. 콩은 충북 괴산에서 무농약으로 재배해 친환경 인증까지 받은 콩을 사용하는데, 가마솥에 콩을 삶고 직접 손으로 뭉쳐 메주를 만든다. 이렇게 만들어진 메주는 무릉리 계곡에서 거풍시켜 자연균을 유입시키고 다시 자선농원 발효실 방안에 들여 천장에 매달아 고온 발효시킨다. 그리고 전남 영광 칠산의 5년 이상 묵은 소금과 미력옹기를 사용하여 장을 담가 약 50일 후 된장과 간장을 분리하여 독에 정성스레 보관한다. 항아리는 항상 재로 만든 새 항아리만을 고집한다. 항아리는 냄새가 배기 때문에 썼던 것을 다시 쓸 경우 장 고유의 향을 잃어버릴 수 있다는 것이다.

김정수 대표는 이렇게 자연의 힘에 의해 만들어지는 자연발효에 집중했다. 자연스럽게 그가 만들어내는 음식철학에 공감하는 이들이 이곳을 찾았다. 자선농원의 청국장은 외국인들도 즐겨 찾는 대표 메뉴 중 하나가 되었다. 그리고 가수 김창완 씨 또한 휴동막걸리의 열렬한 팬이다. 애주가를 자청하는 이들은 이곳에 모여 막걸리 한 잔에, 방안을 가득 메우는 기타 연주와 노랫소리에 심취하며 밤이 새도록 술을 마셨다. 술을 마실 때는 유명인도, 재벌 회장님도, 명망 높은 예술가도 모두 친구가 되어 소통을 나눈다. 

이제 술은 부어라 마셔라 하는 과음의 문화가 아닌 아니라 천천히 음미하는 느림의 문화로 접근해야 한다는 것이 김정수 대표의 생각이다. 하나의 제품을 만들 때에도 확고한 자기 신념과 원칙을 고수하는 그만의 고집스런 철학이 우리의 오감을 새롭게 일깨우고 있음이 분명하다.

빠르게 변화하는 오늘의 사회 속에서 느림의 미학을 실천하고 있는 자선농원의 깊고 묵직한 행보에 응원과 존경의 박수를 보낸다. 어느 계절에 찾아도 멋스러운 광교산의 정취를 만끽하고, 깔끔하고 순한 막걸리 한 잔으로 하루의 노곤함을 달래보는 건 어떨까.

 


<자선농원 김정수대표>

  

 

※ 이 글은 <골목잡지 사이다 13호(2016.08.15. 발행)>에 게재된 내용입니다.   

 광교산 자선농원

Address : 경기 수원시 장안구 광교산로 363 / Tel : 031-247-6093

사진 김윤섭, 글 최주영

사람들이 살아가는 이야기를 따뜻한 시선으로 기록하는 데 관심이 많다. 장안구민회관과 대안학교인 아름다운 학교, 꿈꾸는 아이들의 학교에서 사진을 가르치고 있다.